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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생산자단체와 협의하세요”

작성일 2019-12-09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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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생산자단체와 협의하세요”




“생산자단체인 대한한돈협회가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안에 반대를 더는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금 전 한돈협회에서 ‘이 법안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표시한 적이 전혀 없다’고 연락이 왔는데, 장관님 어떻게 된 겁니까?”(정점식 자유한국당 의원)

11월27일에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1차 전체회의에서 벌어진 일이다. 농가들이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의 법안에 주무부처 장관이 “동의를 받았다”고 공언하자, 여야 의원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재차 되물었다. 장관은 “분명히 들었다”고 다시 답했다. 그러자 이 방송을 보고 있던 한돈협회가 곧바로 정점식 의원의 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어 “그런 적이 전혀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 모든 과정이 TV와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농가들이 이 개정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야생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기만 해도 주변 사육돼지를 살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농가들은 “야생멧돼지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농장 밖에 있다”며 “야생멧돼지에서 ASF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사육돼지를 묻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해당 조문에는 야생멧돼지가 ‘있거나 있었던 장소’를 중심으로 살처분할 수 있도록 범위가 모호하게 규정돼 있어, 살처분 범위가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광범위하게 설정될 우려도 있다. 이에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농가들이 반대하는 데 이유가 없지 않고, 조문도 매우 추상적이어서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올라온 법안의 계류를 결정했다.

이같은 촌극은 일방적 방역정책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SF가 발생하기 전 농가들이 수차례 ‘잔반 급여 전면금지’를 요청했지만, 정부는 일부 재래 잔반농가의 급여만 금지하는 데 그쳤다. 결국 ASF가 발생한 이후 정부는 잔반 급여 전면중단에 들어갔다.

살처분 범위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농가들은 “ASF 긴급행동지침(SOP)에 규정된 발생농장 3㎞ 이내까지로 살처분 범위를 설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시·군단위 농장 살처분을 감행했다. 살처분 명령을 이행한 농가들은 재입식 기약이 없어 생계가 위태한 상황이다.

정부의 방역노력을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다. 정책도입에 앞서 생산자단체와 충분한 협의가 있었다면 불필요한 오해와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말이다.

최근 농식품부가 한돈협회 관계자를 불러 새로 수정한 가축전염병 예방법 조문에 대해 설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직 ASF 사태가 끝나지 않은 만큼 부족함을 보였던 다른 법령의 정비도 이어질 것이다. 부디 정부를 비롯한 법 입안자들이 법사위원장의 일갈을 오래 기억하길 바란다. “생산자단체도 불러서 의견을 듣고 반영하고, 또 그분들을 이해시킨 뒤 법안을 만드세요.”

박하늘 (농민신문 산업부 기자) sk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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