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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부 축산자조금 개선, 첫단추 부터 잘못뀄다

작성일 2023-08-30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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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일호 기자의 이런말, 저런 생각

정부 축산자조금 개선, 첫단추 부터 잘못뀄다



정부가 축산자조금 관련 제도의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다. 수급사업의 비중 확대와 함께 방역과 환경을 자조금법상 용도에 새로이 추가하는 한편 자조금관리위원회를 법인화 하되 정부 추천 외부인사 비중을 높임으로써 통제와 견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게 그 골격이다.
하지만 초안 단계임을 감안하더라도 정부가 마련한 이번 개편안은 어느 한쪽의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아야 할 필자 조차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드는 내용들이 곳곳에 담겨있다.

자발적 노력 부족했다고?
우선 수급 등 산업위기시 축산업계의 자발적 노력 보다는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내용에 동의하기 어렵다.
국내 축산물 수급 및 가격변화, 그간의 정책 기조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참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평년과 단순 비교를 통해 축산물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그 원인이나 향후 전망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축산업계에 대한 압박, 나아가 할당관세 카드까지 지체없이 꺼내 들고 있는 반면 가격 하락시에는 축산업계 자구 대책만을 강조해 온 정부다.
오죽했으면 축산농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거출금 인상과는 별도로 수급 안정을 위한 재원까지 적립해 왔겠나.
무엇보다 축산농가들은 가격에 가장 민감하다. 가격이 크게 떨어진 시기 효과만 보장된다면 자조금을 모두 투입해도 무방하다는 반응들을 심심치 않게 접할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일부 사례를 축산자조금 전체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로 비화하는 듯한 정부의 지적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도매시장 가격이 올랐을 때 자조금 거출액을 높여야 했다는 논리에 거부감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왜곡된 여론몰이 부적절
게다가 축종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나 근래들어 국내 축산물가격 상승은 소비 보다는 공급, 즉 계절적 영향이나 가축 질병 등에 의해 축산현장에 출하할 가축이 줄어드는 시기에 주로 나타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축산농가들의 연간 수익에는 큰 변화가 없거나, 질병 피해가 없는 농가에만 그 수혜가 국한되고 있고 현실을 감안할 때 축산농가들이 돈을 벌었을 때도 미래를 위한 대비에는 인색했다는 식의 왜곡과 여론몰이는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다.

재원 무한대면 몰라도…
일부 지원 수준이긴 하나 살처분과 이동제한에 따른 농가의 피해를 보전해 주는 등 정부 정 책에 좌우될 수 밖에 없는 방역과 환경 부문에 대한 자조금 투입도 신중해야 할 사안이다.
그 재원이 무한대라면 몰라도 쪼개쓰기가 불가피한 예산 규모하에서 자조금만으로는 보조적 수준의 효과만을 기대할 수 없는, 그것도 기본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담당해야 할 사안에 자조금 사업을 투입하고 늘려야 한다는 정부 주장이 공감을 얻기는 힘들 듯 하다.
더구나 채식주의의 확산에 이어 인공육의 등장까지, 축산물 시장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 이러한 요인들은 막아준다면 몰라도 ‘시대가 변했으니 소비홍보 사업 대신 다른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는 논리도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관리감독 기관 뭐했나
관리감독 권한을 이유로 자신들과 사전 수차례 협의를 거쳐 자조금 대의원회를 통과한 연간 사업계획까지 다시 가위질하는 건 기본. 그나마도 전년도 사업 성과에 대한 검증과 그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며 사업 당해연도가 한참 지난 시점까지 최종 승인을 지연시켜 온 정부가, 그것도 최근에는 관리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조차 정부측 관리위원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현실에서 자조금의 방만한 경영을 지적한다는 건 책임을 다하지 못했음을 자인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듯 하다.

농가 판단이 ‘관건’
물론 축산농가들이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정부가 지적한데로 축산자조금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그 개선대책을 수용한다면 앞선 모든 논란이 무의미해 진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개편안은 자조금 거출 주체인 축산농가 스스로의 문제점 개선은 어려울 뿐 만 아니라 축산농가와 합의가 없더라도 정부 주도하에 축산자조금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심지어 축산단체 등과 협의를 통한 국회의원 발의가 힘들 것으로 예상, 정부 입법 추진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사실 자조금의 재원조성이 조세와 마찬가지로 법률에 의해 강제 징수되는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기에 법률이 정한 절차나 목적에 따라 투명하게 자조금이 사용될 수 있도록 정부에 의한 관리,감독은 당연하다.
아무리 축산업과 축산농가를 위한 목적이라도 ‘우리가 낸 돈으로, 우리 마음대로 쓰겠다는데 정부가 웬 상관이냐’는 일부의 시각은 법률적으로도 옳지 않다. 설령 정부 지원을 안받는다고 해도 관리감독 체계는 변할수 없다.

자율성 보장…‘선’ 지켜야
단, 분명한 전제가 있다.
정부의 관리감독도 자조금사업과 법률 제정의 근간이 되고 있는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는‘선’ 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법률적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자조금이 점차 그 의미를 상실, 어렵게 만들어진 자조금 사업 자체가 중단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가뜩이나 정부의 간섭이 지나치다며 자조금의 ‘관조금화’에 대한 경계와 함께 불만이 쌓여온 축산농가들이 차라리 자조금 납부를 중단하겠다며 축산자조금법 개정 추진방침에 일제히 반발하고 있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 자조금관리위원회의 절반을 정부 추천인사로 채우겠다는 계획은 축산농가들의 반발과 의혹을 증폭시키는 결정적인 단초가 되고 있다.

진정성 의심 불가피
축산자조금이 올해로 20년째다. 정부의 판단대로 산업 환경 변화에 맞춰 조직과 사업 전반에 걸친 개선이 필요할 수도 있고, 실제로 일부 대책에 대해 공감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그러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앞으로 정부가 내놓는 제안은 사사건건 축산농가들의 반대에 부딪히며 혼란이 심화될 수 밖에 없고, 자조금의 태생적 특성을 감안할 때 그 실현 가능성도 떨어질 것이다. 진정 축산자조금과 농가를 위한 목적이었다면 정부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여 축산농가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고민해야 했다는 아쉬움이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듯 싶다.

출처: 축산신문 2023. 8. 30


http://www.chuksannews.co.kr/news/article.html?no=256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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