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무시하는 유통구조에 `몽둥이' 들긴 했는데… |
|||
---|---|---|---|
작성일 | 2024-04-08 | 작성자 | 관리자 |
100 |
|||
농민 무시하는 유통구조에 `몽둥이' 들긴 했는데… 프랑스의 유통문제 혁신 시도, ‘에갈림 법’ 허술한 내용으로 신뢰 잃어…시도는 계속 농가가 생산비를 보장받지 못하는 우리 농업의 큰 문제를 이야기할 때, 농민들은 크게 정책의 수급조절 실패, 그리고 유통구조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후자와 관련해선 우리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조차 대규모 자본의 압박에 제값 받을 권리를 존중받지 못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사실상 지금껏 이렇다 할 유통구조 개혁 시도가 없었던 우리나라와 달리 강력한 농민의 요구를 등에 업고 실제 시도에 나섰던 나라들도 있었으니, ‘에갈림 법’을 만들고 고쳐 나가는 프랑스가 대표적인 예다. 비록 프랑스 또한 제도 시행 8년 차에 이르렀음에도 여전히 성공하지 못했지만, 아직 제대로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가 미리 반면교사를 얻을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들여다볼 가치는 충분하다. 에갈림 법이란 ‘에갈림(EGAlim)’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주도로 지난 2017년 처음 열린 국가식품총회(États Généraux de l’Alimentation)를 이르는 약어다. 이곳에서의 집단 성찰을 통해 등장한 새 법률도 그 이름을 따 소위 ‘에갈림’ 법으로 불리게 됐는데, 공식 명칭은 ‘농식품산업과 대형유통업 간 거래 균형 및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위한 법률’ 정도로 옮길 수 있다. 지난 2018년 처음 공포된 뒤 2021년·2023년 두 차례 내용을 갱신했기에 지금의 형태를 ‘에갈림 3’으로 부른다. 올해 초 프랑스에서 벌어진 전국적인 농민 투쟁을 계기로 2024년 중 ‘에갈림 4’를 발표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에갈림 법의 제정 배경에는 총회에서 주창된 ‘생산자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불’, ‘농축산물의 질 향상’,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국민 접근성’ 등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그 명칭에도 나와 있듯 농민과 유통업체 간 불공정 거래를 막는 데 가장 큰 목표를 뒀는데, ‘원자재(1차 농산물) 가격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대원칙을 세워 농가의 생산비를 보장하고자 했다. 예컨대 돼지를 기르는 사육농민이 법이 정한 지표에 따라 여러 가지 증빙을 통해 자신이 생산한 돼지고기의 연간 계약가격을 kg당 7000원으로 정했다면, 유통업체는 이 고기를 구매할 때 그 가격을 존중해야 한다. 또 계약기간 도중 생산비가 오르면 가격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조항도 개정을 거치며 추가됐다. 여기에 공정거래를 위한 장치를 추가했는데, 바로 유통업체의 할인을 제한하는 규제다. 이 법에 따르면 유통업체들은 식품에 대해 34%가 넘는 할인을 실시할 수 없으며, 그 물량은 연간공급량의 25% 이상 배정할 수 없다. 또한 이 법은 일부 품목에 대해 판매가격의 ‘하한선’을 새로 설정했는데, 이로 인해 유통업체들은 구매가에 10%를 더한 가격 아래로는 식품(채소·과일류 제외)을 팔 수 없다. 이러한 규제는 유통업체가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마진을 유지하거나 늘리고자 생산자를 압박하고 구매가격을 낮추는 행위를 방지하려는 의도였다. 허술한 설계가 부른 실패 의도와 달리 이 법은 두 번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결국 잘 작동하지 못했다. 에갈림 법의 무력함은 올해 초 전국적으로 벌어진 농민 봉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심각했다. 현행법은 구매가격을 위한 계산에 생산비를 포함할 의무를 부여하긴 했지만, 각종 추가 비용이나 인건비 등이 생산비에 통합되지 않는 등 ‘실질소득’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담기지 못해 여러 허점이 남아 있었고, 법이 마련한 중재의 기능도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아 유통기업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프랑스 정부 또한 그간 위반사항을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규제하려 들지 않은 데다 심각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겹치면서 기업들은 구매가 하락 압박을 계속했고, 판로 확보가 절실한 생산자들이 계약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일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당연히 국외의 구매 센터는 법의 규제 대상이 아니었기에 유통기업들은 이웃나라에 센터를 두고 수급하면서 대놓고 법을 우회하기도 했다. 즉 ‘을’에 위치한 농민들의 처지는 크게 변함이 없었다. 불공정 거래는 비용을 추산하기 위한 각종 지표가 다층적이고, 유통에 있어 원물의 가공이 필수적인 축산업에서 특히 도드라졌다. 가브리엘 아탈 국무총리가 농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지난 1월 말 강화 제재 조치(미 준수 시 매출액의 2% 과징금 부과)를 발표할 당시, 언론들이 가장 먼저 제재 받을 대상으로 점유율 1위의 육류가공업체 비가르(Bigard) 그룹을 지목한 건 놀랄 일이 아니었다. 또 다른 대표 예시로 1위 유업체인 락탈리스(Lactalis)는 2024년 가격협상에서 생산농가들이 원하는 판매가 대비 20%나 낮은 구매가를 제시했고, 이로 인해 분노한 일부 납유 농가들과 농민단체에 의해 잠시 본사가 점거되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농민 봉기’ 이후 프랑스 감사원은 에갈림 법의 이행을 감독하는 경쟁·소비·사기통제사무국(DGCCRF)을 조사한 끝에 지난 2월 사실상 에갈림 법 내 ‘제재’의 맥락이 없다고 지적했다. 불과 28개의 착유시설이 전국 우유의 76%를 수집하고, 고작 143개의 도축장이 소고기 총량의 92%를 다루는 비대칭적 구조 아래 놓인 축산 농민들에게 법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들을 고발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단 점도 함께 덧붙였다. 이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DGCCRF가 육류 부문에서 실시한 35건의 점검 중 7건만이 에갈림 법을 준수했으며, 그중 15건은 실제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제품 부문에서도 29건 중 9건만이 규정을 준수했다. 그 이후 프랑스 정부와 농정당국은 자유무역협정 완전 중단 및 최저가격 보장제 등 농업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새 판’에 대한 요구을 애써 잠재우며, 에갈림 법을 여전히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규제와 제재 조치를 고도화하면 실효성을 살릴 수 있단 주장이다. 또한 올해 초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연합 국가들을 향해 같은 취지의 법을 도입·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도 있다. 이에 프랑스 국회는 ‘에갈림 4’의 법률안 초안 제정을 정부로부터 위임 받아 지난 3월 13일부터 공식 일정에 돌입한 상태다. 한편 ‘할인율 34% 제한’ 조치에 이미 크게 반발했던 유통업계는 “더 이상 유통업계를 희생하고 소비자의 이익에 반하는 조치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연대에 나선 상태다. 프랑스 지사장을 통해 직접 농민들을 지지한다고 밝힌 독일계 슈퍼마켓 체인 리들(Lidl) 단 한 곳을 제외하고, 업계 주요기업 전체가 하나의 협회 아래 뭉쳐 대응하기로 결의한 탓에 법의 개정은 큰 반발에 직면할 전망이다. 에갈림 법의 실패 사례는 정당한 대가 지불을 위한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 그리고 이를 못 박는 강력한 제재조치 없이는 어떤 가격 보장 체계든 자본의 논리에 의해 뒤집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강하게 시사한다. 아직 프랑스 정부가 구조 개혁의 의지를 저버리 않은 바, 에갈림 법의 성공 여부는 결국 생산과 유통의 각 주체 중 어느 쪽이 국민들에게 논리의 타당성과 진정성을 더 인정받는 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우리로서도 앞으로 관심 있게 지켜볼 사안임이 분명하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http://www.ikpnews.net) http://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63445 |
|||
목록 | |||
다음게시물 | 다음게시물이 없습니다. 4월 1주차 돼지 수급 동향 | ||
---|---|---|---|
이전게시물 | 이전게시물이 없습니다. 한훈 차관, 충남 홍성군 소재 가축분뇨 에너지화 시설 방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