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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 ‘농장 방역등급제’를 반대하는 이유

작성일 2025-02-03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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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강화만으로 답 없다
정부 방역관리 돌아봐야
철새 유입도 농가 책임?
가축전염병 정책 전환을



정부가 가축전염병 확산을 막겠다며 또다시 ‘농장 방역등급제’라는 규제 카드를 꺼냈다. 명분은 ‘사전 예방 차원’이지만, 과연 규제 강화만이 답인지 묻고 싶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을 이유로 정부가 “농가들은 방역 수준을 끌어올리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살처분 현장에선 정부의 허술한 방역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방역복도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스마트폰·수첩·A4용지 등에 관한 기초적인 관리조차 안 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이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농가에 떠넘기는 것은 ‘방역 실패’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것 아닌가.
 
정부는 살처분 현장에서조차 안전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서, 오로지 농가에만 “차단방역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정부 관계자들은 살처분 현장에서 장비·용품 소독, 인체 보호장비 착용 등에서 위법을 남발하고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정부는 해외의 포유류 AI 감염 사례까지 들먹이면서 ‘위험성’을 대대적으로 강조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가금 살처분 현장에서 안전 수칙을 지켰는가?라는 질문에는 대답이 궁색하다. 
 
ASF가 국내 처음 발생했던 2019년 9월 이후 정부는 ‘8대 방역시설 의무화’를 밀어붙였다. 그러나 ASF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야생멧돼지를 통한 바이러스 순환’이 원인이라는 사항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됐다. 또 산란계 농장을 중심으로 이미 질병관리등급제가 시범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고병원성 AI 발병 감소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 
 
농장 방역등급제가 시행되면 보이지 않는 축산농가의 방역 의식이나 노력보다는, 시설이 낙후된 농장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눈에 잘 보이기 때문이다. 시설이 좋은 농장이 좋은 등급을 받기에 유리할 것이 분명하다. 몇백~몇천 마리의 가축을 사육하는 축산농가가 반도체 공장처럼 운영되는 초고도 위생 수준을 구축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재정적으로 결코 쉽지 않다. 지자체 조례와 규제로 신축·개축 자체가 막힌 곳도 많은데, 정부가 농장을 일일이 최고 수준으로 탈바꿈시켜 줄 수 있나? 자금과 시설지원 없이 ‘선진형 축사’를 완비하라고 말하는 건 공염불일 뿐이다. 
 
‘새로운 해외 악성 가축전염병이 국내에 유입되면 농식품부 장관과 관련 실·국·과장은 자동 사퇴하라’고 제안을 한다면, 정부는 결코 “좋다, 동의한다”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농가에게는 방역등급제 도입에 무조건 협조하라고 강요한다. 규제를 따르지 않으면 과태료, 보상금 감액, 심지어 사회적 비난까지 뒤따른다. 과거 코로나19 확산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본의 아니게 감염됐을 때 누구도 개인을 탓하지 않았다. 그런데 철새나 야생동물 등을 통해 발생하는 가축전염병이 왜 오로지 ‘농가 책임’인지 되묻고 싶다.
 
정부 주도 방역 정책은 이미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단속, 처벌, 보상 축소 등 온갖 강압적 수단을 쓰면서도 가축전염병은 매년 발생하고 있다. 축산농가를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고 징벌만 가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가 농가를 ‘방역 규정을 지키지 않는 무책임한 집단’으로 몰아붙이기 정책 기조를 계속한다면, 농가와 정부 간 신뢰 관계만 깨질 뿐이다. 방역 등급이 낮은 농장에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과연 그 농장이 신고를 할까, 아니면 신고를 미룰까? 정부의 강압적 규제 강화는 오히려 감염 상황 은폐와 늑장 대응을 조장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것이다.
 
고병원성AI, ASF, 럼피스킨 등 가축전염병 발생은 축산농가만의 잘못이 아니다. 철새, 야생멧돼지, 접경 지역, 쥐, 각종 벌레 등 통제 불가능한 변수가 너무나 많다. 이 복합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규제’만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농가의 방역 피로도만 높일 뿐이다. 정부는 자신들의 잘못된 방역관리를 먼저 돌아보고, 민간이 방역을 자발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 새로운 유형의 가축전염병 유입을 막지 못하면 고위공직자가 책임지라는 말은 극단적이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무책임하게 ‘농가 탓’만 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다. 규제 강화와 처벌 위주 정책은 더 이상 답이 아니다. 방역 실패를 농가에 뒤집어씌우는 관행을 멈춰야 한다. 


[축산경제신문]
https://www.chukkyu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74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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