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압박에 축산업 위기
정부 대응 미흡 농가 불안
농업 희생 막을 대책 필요
위기, 기회로 바꿀 해법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이 다시 강화되면서, 대한민국 농축산업계는 시장 개방 압력에 대한 우려에 휩싸였다. 특히 축산업은 미국의 무역 압박에 가장 취약한 분야로 꼽히며, 정부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제는 과거처럼 농업을 희생양으로 삼는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발간한 ‘트럼프 2.0 시대, 축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국내 축산물의 대미 수출액이 늘어나고 있다. 주요 수출 품목으로는 연유, 닭고기, 소시지, 치즈 등이 있으며, 농식품 수출액에서 축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낮지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한국의 농축산업이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주요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문제는 미국산 농축산물의 수입 확대 요구가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상황을 세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하지만, 상황이 악화한 후에야 뒤늦게 대응하던 과거의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러한 태도는 농축산업 종사자들의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지난 18일 전체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과 이에 대한 농림축산식품부의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문대림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갑)은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고, 자동차와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황에서 농업 분야까지 영향을 받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우리 농업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농식품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희용 의원(국민의힘, 경북 고령·성주·칠곡)은 “지난해 역대 최고 성과를 기록한 K-Food 수출이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환율 변동으로 인해 부진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조경태 의원(국민의힘, 부산 사하을)은 “미국의 통상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동맹국이라는 특수한 관계를 고려해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통상압력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이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급변하는 세계 무역 질서 속에서 국내 농축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강하게 주문했다. 국회에서는 농업이 더 이상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한국 농업은 다른 산업의 희생양이 됐다. 정부는 제조업 등의 이익을 위해 협상카드의 일환으로 농업 시장의 문을 활짝 열었다. 그 결과 농축산업은 지속적인 피해를 봐야 했다. 그러나 농축산업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국가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중요한 근간이다. 정부가 미국의 압박에 굴복해 농업을 희생시키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한다면, 이는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라 국가 미래를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축산농가들도 이번 기회에 품질 고급화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정부가 농가의 노력을 뒷받침할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료 가격 인상에 대한 지원과 같은 당면한 문제 해결이 시급하며, 장기적으로는 축산업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의 의지와 추진력이 없다면, 한국 농축산업은 거대한 국제 무역 흐름 속에서 다시 한번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축산농가들은 정부의 명확한 대책을 간절히 바란다. 이제는 농업을 산업정책의 하위 개념으로 치부하는 안일한 태도에서 벗어나,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농업 중심의 농정’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미국발 통상압력이 거세지는 지금이야말로, 농정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적기다. 지금 바뀌지 않으면 미래에도 바뀌지 않는다.
정부는 대한민국 농축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소중한 가치로 인식하고, 축산농가와의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해 실질적인 육성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반복하지 말고, 정부와 농업인이 지혜를 모아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 우리 농축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강력한 의지와 실천이 절실한 시점이다.
[축산경제신문]
[월요칼럼] 미국 우선주의와 K-축산 < 월요칼럼 < Opinion < 기사본문 - 축산경제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