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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6주년 특집Ⅱ①] 양돈 판이 바뀌고 있다…최고 경쟁보다 생존 싸움

작성일 2026-05-14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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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단방역, 선택 아닌 ‘생존 조건’
방역 우수 농장 비결 ‘기본 준수’
사람·시설·동선, 유기적 체계 구축
방역, 비용 아닌 ‘리스크↓투자’ 인식
허가제 완화로 방역시설 설치 유도
한돈업 질병 방어가 최우선 과제로



한돈산업의 패러다임이 최고가 아닌 생존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 말은 현재 현장의 현실을 설명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질병이 발생한 이후 얼마나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가 농장의 역량을 가르는 척도였다면 지금은 출발점 자체가 달라졌다. 병원체가 농장 안으로 유입되지 못하도록 하는 차단 방역이 모든 성적과 경영의 전제가 된 것이다. 방역은 더 이상 부수적인 관리 항목이 아니라 농장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현장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직접 둘러본 경남 하동의 한돈혁신센터는 단순한 교육 시설이 아니라 현재 한돈산업이 지향해야 할 방역 기준을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출입 절차부터 시작해 동선 분리, 구역 관리, 위생 시스템까지 모든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돼 있었다. 방역은 특정 설비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라 농장을 움직이는 질서이자 구조였다. 이곳에서는 ‘방역을 한다’는 표현보다 ‘방역 속에서 농장이 운영된다’는 말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전남 순천에 자리한 ‘순천종돈장’ 역시 같은 결을 보여주고 있었다. 산자락 깊숙이 자리한 입지는 외부와의 접점을 최소화하는 자연적 장점이 있었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50년이라는 시간이 넘도록 큰 질병 없이 농장을 유지해왔다는 사실이었다. 그 긴 시간의 배경에는 특별한 기술이나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외부 차단, 내부 동선 분리, 출입 통제, 위생 관리.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을 한 번도 예외 없이 반복해 온 시간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들의 말은 공통적으로 하나로 수렴됐다. 방역의 본질은 새로운 것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끝까지 지키는 데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방역 우수 농장들을 보면 공통된 특징이 있다. 화려한 시설이나 첨단 장비가 핵심이 아니다. 사람과 시설, 동선과 관리 체계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고, 그 시스템이 끊기지 않고 지속된다는 점이다. 병원체가 들어올 수 있는 경로를 사전에 차단하고, 내부에서는 확산되지 않도록 구조를 설계하며, 그 과정을 매일같이 반복하는 힘. 결국 차이를 만드는 것은 특별함이 아니라 일관성이라고 한 목소리로 강조한다.

방역 시설을 전문으로 하는 양돈 시설 전문 업체 유로하우징의 시각도 다르지 않았다. 신일식 대표는 현장에서 방역이 무너지는 이유를 “몰라서가 아니라, 지켜지지 않는 구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샤워시설이다. 많은 농장이 샤워 인·아웃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시설도 갖추고 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온수 공급이 원활하지 않거나, 난방이 부족하거나, 동선이 비효율적이면 결국 사람은 그 과정을 생략하게 된다. 시설은 있지만 작동하지 않는 이른바 ‘방역의 사각지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결국 방역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과 구조의 문제에 가깝다. 해야 한다는 원칙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실제로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충분한 온수와 쾌적한 공간, 효율적인 동선, 반복 가능한 운영 체계가 갖춰질 때 비로소 방역은 현장에서 살아 움직인다. 이는 단순히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리스크를 줄이는 투자라는 인식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새로운 세대에서도 확인된다. 구돈사를 리모델링해 스마트 돈사로 전환하며 농장을 시작하고 있는 청년 한돈인들은 방역을 추가적인 관리가 아니라 기본 설계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데이터 기반 관리와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도 가장 먼저 고려하는 요소는 외부 차단과 내부 동선, 그리고 위생 관리였다. 기술은 달라졌지만, 방역의 본질은 오히려 더 명확해지고 있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농장과 기업, 세대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방역을 따로 떼어놓고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산성과 경영, 시설과 사람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고, 그 중심에 방역이 자리 잡고 있다. 질병이 없는 농장은 자연스럽게 생산성이 따라온다. 폐사율은 낮아지고, 항생제 사용은 줄어들며, 성장과 출하 성적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결국 방역 수준의 차이는 곧 생산성의 차이로 이어지고, 이는 곧 농장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문제는 이 기본이 여전히 모든 현장에서 동일하게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시설은 있지만 사용되지 않고, 규정은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순간들이 반복된다. 외부 방문객에 대한 통제는 강화됐지만 정작 내부 인력 관리에서는 빈틈이 발생하기도 한다. 방역의 취약성은 거창한 실패가 아니라 이런 작은 균열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균열은 결국 질병 유입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래서 지금 한돈산업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장비나 더 복잡한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기본을 지킬 수 있는 환경과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동선 설계, 지속 가능한 시설 운영, 반복 가능한 교육과 관리 체계가 먼저다. 여기에 이를 뒷받침할 정책적 지원과 인식 전환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특히 축산업 허가제와 관련한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현재 상당수 농장은 지자체의 가축사육 제한거리 기준에 묶여 증·개축이 어려운 상황이다. 방역 강화를 위해 시설을 보완하려 해도 물리적으로 손을 대기 힘든 구조다. 기존 농가를 대상으로 한 합리적인 증·개축 완화가 이뤄진다면 방역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생산성 개선과 수급 안정까지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방역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방역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제도적 기반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 한돈산업은 분명한 전환점에 서 있다. 방역을 철저히 지키는 농장은 질병을 차단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농장은 여전히 구조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앞으로의 경쟁력은 단순하다. 얼마나 잘 키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철저히 막아내느냐다. 방역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전제이며, 농장의 성적을 결정짓는 가장 근본적인 조건이다. 그리고 그 단순한 원칙을 끝까지 지켜내는 농장만이 앞으로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출처 : 양돈타임스(http://www.pigtimes.co.kr)
http://www.pig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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